[수사관]#전투기인 사건 - 그 뒤





사라져 가는 전투기인 들을 바라보며 복잡한 기분이 되었다.
어째서 제일은 자신이 몸담았던 붉은폭풍의 멤버와 닮은 외모의 전투기인을 만든건가.
단순히 자신을 도발하기 위해서 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제일에게 자신이 그만큼의 가치나 혹은 위협이 된다고 생각 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제일에게 단순한 '실험체' 다.  그 이상, 그 이하도ㅡ

'안녕하십니까, 박사의 친우 이시여.'

'명색이 닥터의 '친우' 께서 그런 생각을 하시는 건가요?'

"......."

방금 전, 전투기인 들과 나눈 대화가 불현듯 생각 난다.
그 대화로 인해 방금 전 까지 제일을 확실한 적으로 판단했던
나 자신의 생각에 불안감이 싹트기 시작했다.

- 단순한 우연으로 보는 것도 힘드니까요.

렌의 말에 무심코 고개를 끄덕인다.
나 자신의 기억과 너무나도 닮은 그들의 모습이 선명히 떠 오른다.
이전, 폐기된 연구시설 에서 통신창을 통해 보게된,
부두목 '라타' 를 닮은 모습의 전투기인.
그리고 이번에 보게된 두목의 모습을 빼다 박은듯한 전투기인.

한번 이라면 단순한 우연 이라고 생각 할수도 있었겠지만,
그것이 두번이나, 그것도 영상이 아닌 실제로 보게 된 것이라면
더이상 우연이라고 생각 하기 힘들었다.

'정말로 나를 도발하는 목적인가? 아니면...'

계속해서 이어지던 생각이 눈앞에 떠오르는 통신창으로 인해 중단된다.
떠오른 통신창에는 아직도 생소하게만 느껴지는 
기사갑주를 착용한 야가미 하야테가 나와 있었다.

- 수사관, 적은 어떻게 됬어야.

아무래도 뒤늦게 내가 전투기인 들과 접촉했다는 사실을 보고 받은 모양이다.
되도록 평정심을 유지하며 통신창을 보며 보고 했다.

" 놓쳐버렸습니다. 적들 중에 초 고기동성 능력을 지닌 상대가 있었습니다.
 이번 환술계 능력의 분석 데이터와 함께 자료를 롱아치에 보내겠습니다."

- ...알았어야. 롱아치는 이제 부터 방금전의 데이터를.......

삑.

통신창에 들려오는 목소리를 다 듣지 않고 꺼버린다.
방금전 아주 잠깐 이나마 있던 하야테의 반응 으로 보아,

'눈치 챈건가.'

눈치 빠른 부대장님을 생각하며
지금은 여유롭게 날고 있는 헬기를 향해 날아간다.
뒤늦게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한 통증이
몸에서 느껴 졌기에 인상을 찡그려 버렸다.

전투기인의 등장, 정체불명의 소환사,
거기에 전투기인들이 나에게 한 의미모를 말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무언가,
알수 없는 무언가가 크게 비틀린듯한 느낌이 들었다.







긴급상황이 종료 되면서 비타는 곧바로 롱아치에게 통신을 넣었다.
모든 것을 자신의 실책으로 돌리면서 조용히, 그리고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그 모습은 마치 자책하는 듯한 자기 반성식의 보고 였다.

"... 응, 포워드진 녀석들은 아무 실수도 없었어. 베스트 컨디션 이었지."

"저... 비타 소위님?"

철컥!

스바루가 미처 뭐라고 하기도 전에 비타는 디바이스를 겨누며 말을 막는다.
그대로 디바이스를 겨눈채로 비타는 보고를 재개 하기 시작했다.

"이번일은 전적으로 내 책임이야. 눈앞에서 용의자와 렐릭까지 놓쳐버렸어."

"린도 마찬가지 에요."

린포스 2 도 비타의 옆을 날며 낙담하고 있었다.
자세는 다르지만, 같은 기분으로 의기소침해 있는 두사람에게,
티아나가 조심스레 다가가서 말을 걸었다.

"저... 비타 소위님, 린 상사님..."

"...뭐야?"

결국, 비타는 보고하던 것을 멈추고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대답한다.
티아나는 그런 비타의 기분이 상하지 않게 조심스레 말했다.

"렐릭에 대해서 말인데요, 사실 이곳으로 올라오기 전에
 저희 끼리 조금 이야기를 해 보았어요."

"단순히 봉인해서 가지고 가는 것으로는 조금 위험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티아나의 말을 스바루가 받으며 라이트닝의 두명을 쳐다보았다.
이번 사건에서는 가제트 뿐만 아니라,
정체불명의 소환사와 헬기를 포격하는 새로운 범인들도 출현했다.
그래서, 이제까지 보다 렐릭의 방비를 좀더 철저히 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기에,

"저의 봉인 마법 으로는 렐릭의 기운을 감지하는 가제트는 막을수 있지만,
소환사 처럼 물리적인 탈취는 막을수 없다고 생각 했어요."

"제 환술로는 작은 충격에도 금방 풀려버리기 때문에 실용성이 없었기에..."

캐로의 말을 이어 받으며 티아나는 캐로에게 눈짓을 보냈다.
그러자 캐로가 모자를 벗으며 캐로의 머리위에 꽃 한송이가 모습을 들어냈다.

딱!

"이렇게 봉인마법에다 환술을 걸고, 다른 장소에 숨겨 놓았죠."

티아나가 손가락을 튕기자 꽃의 모습이 일렁이며
환술마법이 풀리며 본모습인 렐릭의 모습으로 돌아온다.

"와아~..."

"아...하하..."

포워드진들의 마술쇼 같은 재치에 린포스2는 눈을 빛냈지만,
비타는 갑작스러운 반전에 적응 하지 못하고 헛웃음만을 흘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정리되어가는, 아니 이미 정리된 상황을 지켜보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성왕교회 미드칠더본부에서 출발한 시스터 샤하와 시그넘 이었다.
두 사람은 성왕교회에서 전력을 다해 이곳으로 출동했지만,
사건 장소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사건이 끝난 상황 이었다.

" 저희는 나설 기회도 없었네요."

"포워드진 아이들이 상당히 성장한 덕분입니다."

샤하의 말에 시그넘은 그들만의 기지로 렐릭을 지켜낸 포워드진을 칭찬했다.
그녀의 말에 샤하는 자신의 디바이스인 빈델샤프트를 회수하며 동의했다.
전력이 부족할 것이라 판단하여 서둘러 지원을 왔지만,
기동 6 과 의 활약으로 사건은 비교적 큰 피해 없이 빠르게 끝나게 되었다.

"기사 시그넘은 이제 부터 어찌 하시겠어요?"

"... 아무래도 저는 이만 일이 생겨서 가봐야 할것 같습니다."

시그넘의 대답에 샤하는 작게 쓴웃음을 지었다.
이만한 사건이 일어났으니 기동 6 과는 물론이고 합동수사를 하기로 결정한
성왕교회와 육사 108 부대도 앞으로는 눈코 뜰새 없이 바빠질 것이다.
하지만, 그런 시스터 샤하의 생각은 시그넘의 말에 의해서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기사 한명이 유난히 손이 많이 가게 만들더군요."

"......?"

뜬금없는 시그넘의 말에 시스터 샤하의 표정이 기묘하게 변한다.
그녀로써는 지금 시그넘의 말이 어떤 뜻인지 도저히 알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시그넘은 샤하의 궁금증을 풀어줄 마음이 없는듯,
기동 6 과로 날아가고 있는 헬기를 묵묵히 바라보고 있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기동 6 과의 수사는 그야말로 불이 붙게 되었다.
가제트 뿐만 아니라 호텔 아쿠스타 사건에 나타났던 소환사의 등장,
거기에 완전히 생소한 능력들을 펼치는 전투기인 이라는 새로운 용의자도 등장했다.
때문에, 기동 6 과는 기존의 대응방식으로는 새로운 위협에 대항할수 없다고 판단,
새로운 타개책과 용의자들에 대한 자료조사, 거기에 연관된 자료를 뽑느라 비상이 걸린상태다.

하지만 수사관은 그런 기동 6 과의 혼잡과는
전혀 상관없는 장소에서 한인물과 대치하고 있었다.

"역시 악화 되어있습니까?"

자신의 데이터가 표시되어 있는 스크린창을 묵묵히 쳐다보는 수사관.
그의 말에 스크린의 건너편에 있는 의무관, 샤멀은 조심스레 고개를 끄덕였다.

"무리한 마력의 운용, 거기에 간접적이지만 포격의 데미지가 누적되면서
간신히 회복되어 가던 몸이 다시 망가졌어요.
아마 이 이상 몸을 함부로 움직이시면 정말로 큰일이 날수 있습니다."

샤멀의 대답에 수사관의 안색이 점점 굳어져 갔다.
말을 조심스레 하고 있지만 샤멀은 자신에게 가능하면 안정을 취할것을 권하고 있었다.
어느정도 자신의 뜻을 이해해 주던 샤멀이 이 정도로 확고한 자세로 나온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몸상태가 좋지 않다는 것이리라.

"그럼 회복하는데 필요한 시간은 어느정도 입니까?"

"적어도 3 달 입니다."

샤멀의 말에 수사관의 인상이 굳어지다 못해 찌푸려진다.
너무늦다.
3개월 이라면 제일이 어떤일을 벌일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전투기인' 이라는 카드를 내보인 이상,
일주일 안에 제일이 사건을 터트린다는 것도 충분히 생각 할 만한 것이다.
그런 상황에서 얌전히 쉬고만 있는 것은 나 자신이 용납 할 수 없었다.

"어떻게든 방법이 없겠습니까?"

"......."

자신의 말에 샤멀씨는 살짝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지 않았다.
그런 그녀의 행동이 나를 조급하게 만들었다.

"어떻게든 부탁드립니다. 제 '몸' 이 외부에 알려져도 상관없습니다."

"... 죄송해요."

샤멀에게서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아닌 거절에 가까운 사과가 되돌아온다.
그 반응을 보고나서 깨달았다.
내가 그 동안 생각해 오던 한가지 '추측'이 '확신' 으로 바뀌는 것을...

"... 처음부터 이상하다고 생각했습니다."

"......?"

뜬금없는 나의 말에 샤멀씨가 의아한 시선으로 나를 쳐다본다.
하지만 그런 그녀의 시선을 무시하며 나는 말을 이어갔다.

"아무리 기동 6 과의 장비와 설비가 다른 곳보다 뒤떨어진다고 해도,
시공관리국에서 사용하는 기기로도 제 몸에 대해서 알수 없다는 것이
저로써는 도저히 이해 하기가 어렵더군요. "

내말이 계속 이어짐에 따라 샤멀씨의 표정이 점점 창백 해져 갔다.
그녀로써는 내가 어떤 사실을 알아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리라.

"그래서 저도 따로 수사부를 이용해서 조사해 봤습니다.
 수사부에서 일하고 있었기 때문에 따로 알려질 위험도 없었습니다.
 거기서 한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더군요."

기동 6 과의 전송 데이터 중에서 시공관리국의 기술부의 한곳으로
어떠한 '신체 데이터' 를 전송한 흔적 몇가지를 발견했다.
그것도 지상의 의료센터에 가야할 국원의 신체 데이터가
아무것도 거치지 않고 기술부의 한곳으로 이동 한 것이다.

"그때 마침 샤리씨가 일의 관계로 본국의 기술부에 있는 후배에게 통신을 했더군요."

그 목적은 디바이스 관련 업무 였다.
디바이스라면 사용자의 신체데이터도 어느정도 필요하기에
국원의 신체데이터가 그곳으로 전송되어도 이상할것이 없지만,

"다른 사람의 데이터는 의료기관을 거쳐 간데 비해서,
 다른 한 사람의 데이터 만은 시큐리티 루트를 거쳐서 비밀리에 전송되어 있더군요."

그 사람의 이름은ㅡ

" '수사관' "

"......."

내가 언제부터 인가 세웠던 하나의 '추측'.
그것은,

" '샤멀씨와 샤리씨가 저의 몸에 대한 '비밀' 을 알고 있다.' "

창백했던 샤멀씨의 표정이 점점 굳어져 간다.
샤멀씨와 샤리씨가 무엇을 숨기려 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아무래도 나의 능력을 과소평가 하고 있었던 것만은 확실하다.
그리고,

"저는 정말로 제 '몸' 에 대해서 알고 싶습니다.
 샤멀씨, 제몸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알고 계신다면 알려주세요."

"...완전히 들켜버렸네요."

자신의 말에 샤멀씨의 표정이 풀리며 작게 한숨이 새어나온다.
샤멀씨는 목이 마른지 자신앞에 놓인 녹차를 마시고는 말했다.

"수사관씨, 한가지만 물어봐도 될까요?"

"네, 무엇이든지."

"당신은 제일 스칼리에티와 어떤 관계 인가요?"










'제일 스칼리에티와의 관계'

샤멀씨가 질문한 것은 현재 내가 가장 궁금해 하는 것중 하나였다.
자신이 제일에게 느끼고 있는 감정도,
제일이 나를 생각하는 마음도, 어느 것 하나 명확한게 없었다.
예전의 나에게 제일과의 관계가 어떻냐고 물었다면ㅡ

"잡아야 하는 '범죄자' 입니다."

라고, 주저없이 말했을 것이다.
'친구' 라고 생각 했던 것을 폐기된 시설에서 폭주하기 전까지다.
그때의 배신으로 인해서 이제 더이상 과거의 사이로는 돌아갈수 없다고,
이제부터는 단순히 서로를 노리는 '적' 일 뿐이라고, 그렇게 생각했었다.
하지만ㅡ

'닥터의 '친우' 이시여...'

전투기인이 했던 그때의 말 하나로 나는 갈등하고 있었다.
그때, 전투기인들에게 '너의 친우는 이제 없다.' 라고 말했었다.
하지만, 정작 나는 아직도 고민하고 있었다.
그때문에 내가 한 대답은ㅡ

"...예전엔 친했던 사이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모르겟습니다."

샤멀씨는 자신의 말에 고민하는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샤멀씨는 결심한 듯이 나에게 말했다.

"수사관씨, 이제부터 말하는 사실은 저와 샤리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에요.
 그러니 절대 외부로 발설하지 말아주세요."

"...알겠습니다."

샤멀씨의 분위기에서 이제까지와는 비교도 안되는 비장감이 느껴진다.
그만큼 이제부터 말하는 사실이 중요하다는 것이리라.
샤멀씨의 말에 긴장하고 샤멀씨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샤멀씨가 꺼낸 이야기는 내가
이제까지 들었던 이야기 중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실이 담겨 있었다.






"... 그것이 사실입니까?"

방금 전, 샤멀씨가 말한 사실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에 되물었다.
하지만 샤멀씨는 내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 해 버렸다.

"아직 확실한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저와 샤리가 알아낸 것이 사실이라면 이게 사실일 활률이 높아요."

"......."

그동안 모르고 있었던 자신의 몸에 대해서 알게 되었다.
하지만, 어째서 그토록 나 자신이 내몸에 대해서 알고 싶어 했는지,
그리고 제일이 어째서 나에게 그토록 집착하는지, 전혀 알수 없게되었다.
단 하나ㅡ

'당신과 금발의 마도사에게 '아버지' 같은 존재다'

전투기인이 해주던 말이 그제서야 이해되기 시작했다.
만약 샤멀씨가 해준 말이 사실이라면 정말로 나와 페이트씨는ㅡ

"아하하하...!"

순간 참을수 없는 웃음이 튀어나왔다.
나의 갑작스러운 돌변에 샤멀씨가 놀라며 차를 떨어뜨렸지만 상관하지 않는다.
그저 지금 내 머리속에 들어오고 있는 유쾌함을 떨쳐낼수가 없었다.

정말, 정말로 기가막혔다.
내가 이제까지 생각해 왔던 불안감과 또다른 사실과,
그리고 지금 샤멀씨가 말해준 사실이 퍼즐처럼 맞춰져간다.
정말로 알고 싶어 했지만, 절대로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깨닫는다.
그것이 정말로 기쁘고 절망스러웠다.
그리고 미칠듯이 유쾌했다.
그래서 웃었다.

"아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ㅡ!!!"

"수, 수사관씨?!"

샤멀씨가 내 팔을 잡으며 흔들기 시작했다.
내가 너무 충격을 받아서 정신착란을 일으켰다고 생각한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멀쩡했다. 단지 내 상황이 너무 웃겻을 뿐이다.
그 유쾌함을 주체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 샤멀씨가 팔을 흔드는 것을 전혀 느끼지 못했다.
차가 쏟아져서 내 바지자락이 젖는것도 느끼지 못했다.
등뒤에서 누군가 뒷덜미를 붙잡는 것도 느끼지 못했고,
동시에 세상이 뒤집히는 것은 뒤늦게 눈치채게 되었다.

"...하...하?"

콰앙!

입에서 나오는 얼빠진 소리와 함께 의무실의 벽에다 거꾸로 쳐박혔다.
등뒤에서 잡은 누군가가 자신을 그대로 매쳐버렸다는 것을 뒤늦게 알았지만,
그보다 지금 당장 자신을 내려다 보고 있는 누군가에 대한 분노가 앞서고 있었다.

"이게... 무슨...짓!"

몸을 바로 세우기도 전에 다시한번 발목이 붙잡히더니
이번에는 반대쪽 벽을 향해 몸이 날아간다.
하지만, 이번에는 벽에 부딪치지 않고 벽을 지면삼아 박차오른다.

"...이야!"

그리고 그대로 주먹을 내뻗어 상대에게 돌려주었다.
하지만 그것은 나만의 생각 이었는지 상대는 너무나도 쉽게 내 주먹을 잡아낸다.
꽉 잡힌 주먹에서 통증을 느낄새도 없이, 내 주먹을 잡은 상대는 냉소를 날리며 말했다.

"정신이 나가있으면서도 반격할 정신은 있는 건가?"

"...시그넘...씨?"

내 말을 마지막으로 시그넘씨의 오른쪽 주먹이 그대로 내 시야를 가렸다.
그것이 내가 정신을 잃기 전, 마지막으로 보게된 풍경이었다.







정신을 차린 곳은 기동 6 과의 시뮬레이션 훈련장 이었다.
마법과 과학으로 필드를 형성하는 새로운 형식의 훈련장이 지금은 초원으로 변해 있었다.
잠시 이곳이 어디인지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나에게 시그넘은 목도를 건네주었고,

카앙!

곧바로 시그넘과의 대련으로 이어졌다.
마법을 사용하지 않은 단순한 목도만을 이용한 검술 대련 이었다.
하지만, 대련의 상황은 완전히 시그넘이 모든 면에서 압도 하고 있었다.
나의 경우에는 최대한 자신의 방식을 살려서 방어를 하고 최선을 다한 공격을 했지만,
시그넘은 너무나도 간단한 동작으로 그것을 상쇄해 나갔다.

"왜 그러지? 방금 전 까지만 해도 의무실이 떠나가도록 기세 등등하지 않았나?"

"......."

시그넘의 말을 듣고도 나는 침착했다.
그저 목도를 고쳐 잡으며 다시 한번 전의를 일깨웠다.
지금은 단지, 시그넘씨와의 대련에만 집중했다.
그러지 않으면 지금은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카앙!

목도가 거센 소리를 내며 맞부딪친다.
하지만 거기서 멈추지 않고 이를 악물며 목도를 휘둘렀다.
휘두르고, 찌르고, 베어내는 동작 하나하나에 힘이 실려있었다.
이 모든 것이 시그넘과의 대련 도중에
나 자신이 그것을 흉내내게 되면서 익힌 자신만의 검술 이었다.

카앙! 캉!

하지만 그 모든 것이 시그넘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너무나도 간단하고 익숙한 동작으로 나의 공격 모두를 흘리거나 막아버린다.
그리고 내 공격 속에서 아주 약간의 빈틈을 놓치지 않고 그대로 찔러들어가ㅡ

퍼어억!

확실하게 명중시켰다.
오른쪽 옆구리를 후려치는 일격에 비명을 삼키며 땅을 굴렀다.
하지만 시그넘은 무심히 나를 쳐다보며 말했다.

"아무 생각 없이 휘두르기만 하는 건 어린 아이라도 할수 있다."

"... 죄송하지만 그건 인간일때 해당되는 말이겠죠."

곧바로 몸을 일으키며 거칠게 대답했다.
이미 몸에 나 있던 상처가 대련으로 난 상처와 
더해져 계속해서 고통을 호소했지만 무시했다.
지금은 시그넘에게 어떤 말이라도 내뱉고 싶었기 때문이다.

"저는 인간이 아닙니다. 어떤 일로 인해서 이미 인간이 아니게 된 괴물입니다.
 제 마력의 양은 혹시 아시나요? 사람의 몸으로는 담을수 없는 양을
 저는 당연하다는 듯이 담고 있고 사용까지 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분신' 이라는 말도 안되는 마법도 당연하다는 듯이
 구사하고 있습니다. 신기 하지 않습니까?"

나 자신이 이상하다는 것은 다른 사람을 만나게 된 순간부터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과는 너무나도 차이나는 신체능력.
나이를 먹는 사람들과는 대조적으로 시간이 정지한 듯한 외모.
다른 사람들이 가졌던 풍부한 '감정' 을 불과 얼마전 까지 가지지 못했었다.
몸안에 AI 라는 의사념체를 넣는 것 등, 어느것 하나 평범한게 없었다.

"저는 당신들과 다릅니다. 다른 '생물' 이니까...!"

"...그래서."

시그넘은 어느새 내 앞에 다가와 있었다.
그녀의 눈빛에는 평소에는 본적이 없는 분노가 담겨있었다.

"너는 '수사관' 이 아닌가?"

"...네?"

시그넘...씨의 말이 너무나도 뜻밖 이었기에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하지만 시그넘씨는 나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지 않겠다는 듯이 외쳤다.

"수사관! 너의 직책을 말해봐라!"

"네, 넷! 기동 6 과 쉐도우 분대장 겸 수사부 부부대장 수사관 상사입니다!"

자신도 모르게 차렷자세로 큰소리로 대답했다.
그 대답이 마음에 들었다는 듯이 시그넘씨는 나의 어깨를 잡아주었다.

"그러면 된것이다."

"...시그넘씨?"

그대로 자신의 몸을 안아주는 시그넘씨의 체온이 느껴졌다.
시그넘씨의 어깨가 젖어가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자신이 울고 있는 것을 알수 있었다.

"네가 인간이 아닌건 상관없다.
 네가 수사관 이라는 건 변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는 조금 바보 같고 미덥지는 못하지만,
 어느순간 믿음직하고 쓸데없이 걱정을 끼치게 만드는,
 그런 너의 모습을 우리는 알고 있다.
 네가 아무리 자신에 대해서 불안하게 여겨도 우리는 너의 모습을 기억해주마.
 우리와 함께 지낸 쉐도우 분대장 수사관 상사를 기억해주마."

그 말을 듣고서야 내가 무엇을 두려워 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다.
인간이 아니라는 것에서 느끼는 다른사람들과의 거리감,
이대로 혼자가 되는 것은 아닌가, 더이상 이전의 일상으로는 돌아갈수 없는 것일까.
어쩌면 모든 것이 쓸데없는 걱정이었는 지도 모른다.
그 어떤 모습으로 움직이건, 나는 '수사관' 으로써 그들과 함께 살면 되는 것이었다.

나에게 돌아갈 장소가 생겼고,
함께 해 주는 이들이 생겼고,
또한 정말로 소중한 사람이 생겨버렸으니까...

어느새 하늘에는 석양이 드리워 지고,
하나가 된 두사람의 그림자를 길게 늘어뜨리고 있었다.








성왕교회가 운영하고 있는 의료원인 성왕 의료원.
그곳의 병실중 한곳에서는 이번 사건에서 발견한 여자아이가 조용히 잠을 자고 있었다.
렐릭 케이스를 소지한채로 발견된 아이는, 처음에는 이 사건의 피해자로 추측했었지만,
사건 도중 합류한 긴가 나카지마의 발언으로 인해 제일 스칼리에티의 인조 마도사,
혹은 그에 대한 피험체가 아닌가 생각되어 정밀 검사를 하게 된 것이다.

'이렇게 어린 아이 인데도.......'

타카마치 나노하는 편히 자고 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며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다.
아주 어린 여자아이 임에도 불구하고
인조마도사 연구 라는 불길한 이름에 연루되어 버렸다.
자신도, 그리고 친구인 페이트도 여자아이 만큼이나 어릴때 비슷한 사건에
연루된 적이 있었기에 그 감정은 더더욱 복잡해져만 갔다.

"... 엄마."

" ......!!"

연이어 엄마를 찾는 아이의 손을 살며시 잡아준다.
이 작을 손을 가진 아이가 인조 마도사 사건의 피험체 라니...
솔직히 말해서 그다지 현실성이 느껴지지 않는 말이었다.

"엄마..."

"그래, 엄마는 여기있어. 안심해도 되."

자신의 말을 알아듣기라도 한것인지 아이는 조용히 잠에 빠져 들었다.
아이가 다시 잠에 빠진 것을 확인하고 조심스레 손을 놓는다.
혹시나 잠에 깨지는 않을까 다시한번 살펴봤지만 다행히도 아이는 잠에 빠져 있었다.

- 나노하.

- 왜 그래, 페이트?

나노하는 갑작스레 페이트 에게서 들려오는 통신을 조심스레 통신으로 대답했다.
육성으로 해도 상관은 없었지만, 그랬다간 겨우 잠에 든 아이가 다시 깰것 같았다.

- 사건에 대한 서류와 자료들은 내가 다 정리 해 놓을 테니까 조금 쉬었다가 와도 되.

- 고마워 페이트.

나노하는 자신의 친구의 마음 씀씀이가 고마웠지만,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생각은 없었다.
이번 사건으로 인해서 기동 6 과가 얼마나 바빠지는지 그녀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느새 시간이 상당히 흘러, 밖은 석양이 드리우고 있었다.
나노하는 복도를 걸어가며 페이트에게 부탁했던 일을 통신으로 질문했다.

- 아이에 대해서는 알아 봤어?

- 아이에 대한건 거의 알아 낼수 없었어.
 여러방면으로 조사해 봤지만 사는 곳이나 가족 관계는 물론이고,
 이름 조차 알아낼수 없었어. 아마 그 아이는 .......

나노하는 페이트에게 들려오는 대답을 들으며 
성왕 의료원의 매장에서 팔고 있는 여러가지 물품을 구경하고 있었다.
페이트가 말을 잇지는 않았지만, 뒤의 말은 자연스럽게 알 수 있었다.
대개 이런 불법 적인 연구에 관련된, 그것도 '제일 스칼리에티' 의 연구에
관련된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이 '만들어' 진것이었다.
아마 이번 사건에서 발견된 여자아이도 같은 맥락의 피해자 라고 추측하고 있었다.

- ... 그 아이가 신경쓰여?

- 뭐... 조금.

나노하 자신으로 써도 조금 미묘한 감정이 들고 있었기에
페이트에게 확실한 답변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페이트도 그런 나노하를 더이상 추궁하지 않았다.

- 어쨋든 나중에 회의가 있을 예정이니까 회의 전까지는 천천히 쉬면서 와.

- 알았어.

나노하는 다시 여자아이의 병실에 들어와서 통신을 종료했다.
그녀의 직책상 편히 쉬고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상당히 적었고,
페이트가 준 휴식 시간은 자신을 배려하여
자신의 일을 대신 해주면서 생긴 시간이 틀림 없었다.
곧바로 기동 6 과로 돌아가는 나노하의 뒤에는 여자아이가 곤히 자고 있었고,
아이의 머리 맡에는 조그만 토끼 인형이 조심스레 앉혀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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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써지는 자리를 발견 했습니다ㅡㅡㅡㅡㅡ!!
아자! 드디어 글을 팍팍! 쓸수 있게 되었습니다!

이정도로 글을 길게 썼음에도 불구하고 무리 없이 올라가는 이 놀라운 포용력(?)!!
정말로 군대 컴퓨터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많이 올리면서 비축분이 빠르게 줄고 있어서
기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군요...

요즘들어 라세가 저때문에 두통이 심해지고 있군요.
군대에 가서도 골치거리인 주인장 입니다 아하하하... (웃을일이 아냐.)

어쨋든 다음편을 향해서 저는 다시한번 달리겠습니다!

by Rasse | 2009/01/27 11:08 | ㄴ수사관 관련 | 트랙백 | 덧글(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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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by 아키라 at 2009/01/27 11:10
앗, 누군가 했더니 라세군이 아니라 삼장님이셨군용[..]
Commented by 현실히즈 at 2009/01/27 11:32
ㄲㄲㄲ 여기서 이렇게 이어버리는 것이구나;;
Commented by 디엔피스토 at 2009/01/27 11:36
오오!
Commented by 창천 at 2009/01/27 17:31
오오오...!!
Commented by Wish at 2009/01/27 23:06
삼장님이다;ㅁ;!!!

아니 근데 저 엄청난 생략은 뭔가요...
Commented by Rasse at 2009/01/27 23:59
두통 정도가 아니야...
이건...아무튼 심각해...(?)
Commented by wizard at 2009/01/28 23:01
수사관씨 화이팅요(...)
Commented by 베르고스 at 2009/09/27 19:54
드디어 정주행이 끝났군요...헥헥
정말 재밌게 읽었습니다^^
나도 이렇게 잘 쓸수 있으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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